저는 어릴적 경기도 이천의 논이 펼쳐진 곳에서 자랐습니다.
드넓게 펼쳐진 자연환경 속에서,
밖에서 들어오면 옷에 붙어 들어온 청개구리에 놀라기도 하고,
때로는 지평선 너머 깜빡이는 도심지의 불빛을 보다가,
때로는 멀리 개 짖는 소리 들리는 노을에 눈을 떼지 못하였고,
밤에는 개구리와 풀벌레 우는소리를 들으며 잠들었습니다.

저는 작품으로써 인간의 존재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감각기관은 나를 둘러싼 물리적 환경을 감지하고,
후각, 촉각, 온도감각, 평형감각, 시각 등을 한 데 합쳐서
눈앞에 우리가 느끼는 현재라는 환영을 만들어냅니다.
이것을 Sense data, 우리말로는 감각소여라고 합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기 자신의 존재를 둘러싼
거품과 같은 환경을 감지합니다.
이러한 감각의 표면을 통해 이를 보고있는 자신,
자아도 생겨나며, 외부를 보며 내가 사는 세상,
환경을 인식하게 됩니다.

저는 어릴 적 경험한 순간의 정황들을
여럿 기억하고 있습니다.
비가 잔뜩 오는 집앞에서 우산을 쓰고 느꼈던,
비와 바람, 냄새, 온도와 습도
그리고 비를 피해 도망가는 개구리까지.
이러한 정황 조각 기억들이 인상깊게 남아있습니다.

제가 느꼈던,
우리가 사는 세계에 대한
강렬한 정황기억과 같이,

인간을 둘러싼
거품과 같은 감각표면을 따라
휘어진 화판을 제작하였습니다.

나무를 스팀에 쪄서 밴딩하기도 하며,
3D모델링으로
둥그런 화판을 만들기도 합니다.

인간의 개별 자아와 환경은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이 둘 모두 앞서 말한 감각소여의 기반에서
형성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인간이 감지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존재합니다.
전자기파의 일부인 가시광선,
공기의 진동 중 들을 수있는 가청주파수 등은
인간이 감지할 수 있는 인간세계가 됩니다.
멀리로는 인간의 삶을 정의합니다.
태양과 달, 지구의 지표면은 인간세계의 지표,
랜드마크가 되어 삶의 큰 틀을 형성합니다.

상기한 바에 따르면 인간의 존재는
‘나’ 개인으로부터 태양계까지
분리할 수 없는 연장선 상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 세계의 큰 틀을 인식하며,
나로부터 뗄 수 없는 공동체로서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라며,
인간의 의식 존재와 인식과 환경에 대해
작품으로써 말하고 있습니다.